2014-12-03

개복치

복어목에 속하는 초대형 어류. 쟁반형의 거대하고 넓은 몸에, 몸의 끝쪽 위 아래로 뽀죡한 지느러미가 돋아나 있는 재미있는 물고기이다. 그 외에도 꼬리지느러미가 달려있지만 돌출되어 있지는 않고, 배지느러미조차 없어서 척 보면 생선이라기 보다는 연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영어로는 Ocean Sunfish라는 이름 외에 Headfish라고도 하는데, 일반 생선의 머리만 뚝 잘라 놓은 것처럼 뭔가 모자란 듯한 모습 때문에 이렇게 부른다. 이러한 이상한 생김새 때문에 복어과에 속한다는 뜻인 '복치'에 대상을 낮춰 부를 때 사용하는 접두사인 '개'가 붙어 '개복치'란 이름이 되었다.

특이한 모습 때문에 재빠르게 움직이는 건 불가능하며, 주로 물살에 따라 둥실둥실 움직인다. 덕분에 가끔 배에 부딪히기도 하며 먹이는 입 주변에 모여드는 플랑크톤이나 소형 어류, 부유성 갑각류, 해파리 등이다.

어류 중에서도 외피가 매우 질긴 편철면피이라, 손도끼, 톱등을 이용하여 절단하고, 아주 예리한 칼로 겨우 손질할 수 있을 정도이다. 개복치의 껍질은 감칠맛과 식감이 매우 뛰어나며, 포항 지역에서는 껍질아래 붙어있는 지방층과 함께 수육처럼 먹거나, 묵처럼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한국인의 밥상의 최불암 씨가 이 개복치 묵을 맛보았는데, '얼음보다 맛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맛이 나질 않는다고 했는데, 이는 '못먹는 음식'이 아니라 무미(無味)를 뜻한다. 생긴 것도 새하얀 묵처럼 생겼다. 포항에서도 흔한 음식은 아니다. 오히려 행사 때 장터 열리면 가끔 팔고 있는 고래고기(실제로는 아마도 돌고래 고기)보다 보기 힘들지도? 먹어본 사람들의 의견은 서술된 바와 같이 밍밍한 묵 같다고. 껍데기는 예식장, 장례식장 등에서 별미로, 아가미는 국거리로 쓰인다고 한다. 살을 삶아 단단하게 굳힌 뒤 매운 양념과 야채를 더해 볶음으로 해먹거나 묵처럼 먹는다. 부드러운 살은 매운탕감으로도 쓰인다. 물회로도 먹는 등, 흔히 먹어볼 수 없는 음식이라 해도 생선으로 할 수 있는 조리법은 대부분 쓰는 모양이다. 살은 참치보다 기름이 많다고 하며 등을 쪼개면 나오는 흰색의 창자가 별미. 미스터 초밥왕에서는 기름이 너무 많아 일반적인 칼이 미끄러져 면도칼과 손도끼로 잘라내는 기행이 나왔을 정도. 영도에서는 전기톱으로 자른다.

피부가 뻑뻑해서 다른 물고기들이 여기에 몸을 문질러 기생충을 떼어내는 행위를 한다. 이 때 항생물질도 같이 분비되어 치료 효과를 낸다고. 그래서 이명이 바다의 의사. 그런데 정작 개복치 자신은 움직임이 느려서 기생충들이 달라붙기 좋은 환경이라 40여종에 달하는 매우 많은 기생충들을 달고 산다고 한다.

온대성 어류로서 보통 바다의 중층에서 헤엄쳐 다니지만 하늘이 맑고, 파도가 없는 조용한 날에는 바다 표면에 떠 올라 등과 등지느러미를 물 위에 내 놓고 둥실둥실 떠 다니며, 연안 가까이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한마디로 느긋한 삶을 산다.

잠을 잘 때는 바다 위에 누워서 잔다. 둥실둥실 떠다니는 넓적한 개복치가 지나가는 배에 부딪히는 상황도 발생한다. 예전에 대학가요제 대상을 수상했던 노래 '저 바다에 누워'라는 노래가 이 개복치를 테마로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고 한다.

수컷은 주둥이가 앞쪽으로 돌출되어 있으나, 암컷은 주둥이의 앞끝이 거의 수직형으로 암수 구별이 가능하다.

모든 어류 중 가장 많은 수의 알을 낳는다. 1.2미터 크기의 개복치는 무려 3억개의 완두콩만한 알을 낳는다. 하지만 알을 낳는다기보다는 거의 살포하는 수준이라 저 중에 실제 성체로 자라는 것은 한두개 정도에 불과하다.

성장과정도 참 독특하다. 알에서 막 태어났을 때와 다 컸을 때의 모습은 천차만별. 갓난 새끼일 때에는 여타 물고기들처럼 정상적인 꼬리지느러미와 가슴지느러미 배와 등지느러미를 가지고 있으나, 커갈수록 모습이 기괴하게 변해간다(...)

최대 성장시 물경 4미터, 무게 2톤짜리 대형 어류가 된다. 약 1~2년만에 성체가 된다고 하니 성장속도는 무시무시한 수준. 수명은 성체가 되어서야 약 20년쯤 된다. 성체가 되지 못하는 개체는 빠르면 일주일 안에 죽기도 한다.

개복치

국내에서는 포항의 죽도시장에서 볼 수 있으나 올라오는 수가 적어 자주 보긴 어렵다. 포항 죽도시장에는 고래도 심심찮게 온다. 둘 다 큰 물고기(?)라 온전한 형체로 진열되어있지는 않고 해체된 상태로 볼 수 있다. 한 마리 올라오는 경우 바로 경매에 부쳐진 후 분해되어 식당으로 분배된다. 그리고 단골손님에게 전화로만 입고 소식이 전해지기 때문에 쉽게 먹긴 어려운 어종이다. 이는 고래 고기도 비슷하지만, 개복치쪽이 더 접하기 어렵다.

일본 오사카에 있는 수족관인 카이유칸에 가면 한 마리가 있다. 이 수족관에는 고래상어도 있지만, 희한찬란한 생김새 때문에 수족관의 마스코트 취급을 받고 있다고. 코엑스에선 개복치를 들여온 지 4일만에 폐사, 부산 아쿠아리움에도 4마리 들어왔다.

포획된 기록



  • 2009년 8월 말경 아일랜드에서 2m짜리 개복치가 잡혔다는 게 언론에 떴다. 그런데 개복치는 원래 최대 4m까지 성장한다.
  • 2003년 12월에는 무려 2톤에 이르는 개복치가 잡혀 부산공동어시장에서 550만원에 팔린 일도 있었다. 400~500Kg짜리는 가격이 100만원 정도.
  • 2010년 7월, 강원도 동해에서도 길이가 2m가 넘고 무게는 300kg 나가는 대형 개복치가 그물에 걸려 있는 것이 발견된 바 있다.
  • 2010년 7월 30일에 동해에서 300kg나가는 개복치가 잡히기도 했다.


포항에서 제사음식으로 먹기도 한다.

2ch를 비롯한 일본 웹에서는 점프 후 착지의 충격으로 죽는다던가하는 별의별 해괴한 이유로 죽어나가는 개복치가 개그 네타(소재)로 유명하다. 바다의 쿠크다스물론 어디까지나 개그 소재일 뿐, 개복치가 그렇게 잘 죽는 어종은 결코 아니며 상당 수가 허구이거나 심하게 과장된 것이다. 그런데 이 네타를 소재로 한 게임인 살아남아라! 개복치가 14년 말 국내 앱스토어에 정발되면서 국내 웹에서도 '잘 죽는 개복치'가 트위터상에서 뜬금없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단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기르기 어렵고 민감해서 해당 편견이 아예 오버는 아니라는 듯. 스트레스를 받으면 직진만 해서 부딪혀 사망한다고. 정확히 위의 네타와 게임은 개복치의 이러한 요소를 과장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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